1. 입원 1일 차 (수요일) : 지쳐 쓰러져서 잠든 밤
입원 기간 동안 함께 할 수액 맞고 아빠와의 눈물겨운 이별 후 병실에 들어와 짐 정리를 끝내니 오후 4시가 넘어갔다. 빈이가 식음을 전폐하긴 했지만 혹시 몰라서 보호자 식사를 추가했고(5500원/1회) 보호자 이불 한 장을 더 대여했다. 보호자 이불 대여비 3000원은 현금으로만 지불이 가능했다. 아기 침구류만 매일 교환이 가능했다. 우리가 지냈던 809호는 정사각형의 방이 아니라 약간 마름모꼴의 방이어서 크기가 애매했지만 바로 앞이 다용도실이라 정수기와 소독기를 이용하기 좋고 분리수거 및 쓰레기도 바로 버릴 수 있다.
식사는 매일 아침 7시 30분, 점심 12시, 오후 5시 30분으로 시간 맞춰 잘 나오는 편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누가 해주는 밥'이라더니 아들보다 내가 더 맛있게 잘 먹었다.
저녁 회진 : 대략적인 입원기간을 말해주시며 폐 소리가 조금이라도 호전이 있으면 퇴원해 주시겠다 하심.
이 날 하루가 너무 힘들고 길었던 건 나도 빈이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8시에 곯아떨어졌다. 빈이는 다행히 침대에 잘 적응해서 보챔 없이 잘 잤다.
2. 입원 2일 차 (목요일) : 자고 또 자고, 또 자고
아침 6시에 기상한 빈이에게 해줄 거라곤 뽀로로/타요 보여주기. 아침에 일어나면 우유 먹는 아기라 상하목장 우유팩을 챙겨갔는데 파스퇴르 우유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먹질 않았다. 결국 아침부터 주스와 에이스 과자. 수액 맞으니 억지로 밥을 먹이려 하기보다 먹고 싶은 거 주는 게 서로 스트레스 안 받는 거는 입원 선배님들의 말에 원 없이 줬다.
새벽내내 열 체크하랴, 자는 아기 깨워서 해열제 먹이는 것보다 24시간 올케어 해주시는 간호사님이 있어 훨씬 수월하긴 했다. 폐렴은 네블 치료가 필수인데 빈이는 집에서 사용하던 집 매쉬랩 2를 가져갔다. 빈이가 많이 싫어해서 잘 때마다 몰래 해줘야 했다.
피로가 많이 쌓였던 걸까, 아침 먹고 두 시간, 점심 먹고 한 시간, 오후에 또 한 시간. 짜증 내지 않고 병실에서 잘 버텨줘서 고마웠지만 너무 잠만 자니까 걱정이되어 회진 때 여쭤보니 약기운도 있고 빈이 스스로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낮잠을 자고도 밤 8시 30분이 되어서 잠들어버린 빈이. 작은 몸으로 회복하려고 스스로 애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특하기도 하고 미안해서 자는 빈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울컥하는 밤을 보냈다.
호흡기 바이러스 검사 결과 : rsv b형, boca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총 3가지 바이러스 결합.
3. 입원 3일 차 (금요일) : 퇴원의 희망이 보일랑말랑
3일 차 아침부터 심상치가 않았던 빈이의 컨디션. 입원생활에 100% 적응완료! 뽀로로 보는 것도 지겨운지 색칠놀이, 자동차 장난감으로 시간을 보냈다. 사용한 기저귀는 병동 입구에 지정된 쓰레기통에 버려야 했는데 그 핑계로 빈이와 하루에 몇 번씩 복도 산책하며 답답함을 달랬다. (코로나가 한참 기승이었던 시기엔 이마저도 불가했다고 한다.)
아침 회진 : 선생님이 폐 소리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셨다. 저녁 회진 때 한 번 더 보고 괜찮으면 5일 차에 퇴원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보자 하셨다!
빈이 입원 이후 매일 저녁 아빠는 퇴근하고 엄마와 빈이를 위해 간식을 가득 사다 줬다. 혼자서 집에 있으면 편하게 잘 지낼 줄 알았더니 집이 휑해서 들어가기 싫다고 투덜거렸다. 아마 나보다 빈이의 퇴원을 더 원했던 건 아빠였는지도 모르겠다.
저녁 회진 : 아침 회진 때 보다 더 좋아져서 엑스레이 찍어보고 확인 후에 가능하면 일요일에 퇴원하자는 말씀을 해주셔서 길어지는 입원기간에 답답함과 늘어난 강빈이의 보챔으로 지쳐가던 나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4. 입원 4일 차 (토요일) : 이게 무슨 일이야? 일요일 퇴원 포기해야 하나요?
손등에 수액 주사를 자꾸 만지고 울어서 양말을 씌워졌는데 그게 빈이의 수액을 막히게 만들었다. 늦은 밤에 결국 자는 빈이의 손등에서 수액을 제거하고 다음날 오전에 다시 맞기로 했다. 새벽 4시쯤 빈이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몸이 너무 뜨거워 열을 재었더니 38도가 넘어 간호사님 호출했고 38.3-4가 나왔다. 수액을 빼고 자서 그런 걸까?
빈이가 열이 다시 오르자 간호사님이 1시간 간격으로 오셔서 열 체크를 해주셨다. 아침 회진 후에도 38도라 수액을 다시 맞으면서 피검사를 진행했고 해열제를 먹어야 했다. 다행히 열은 차츰 내려서 오후부터 저녁까지 36도대를 유지했다.
저녁회진 : 염증수치는 정상 범위안에서의 증가, 백혈구 수치가 많이 올라있는 상태. 다행히 폐소리는 많이 호전되었다. 하루이틀 정도 더 입원했으면 하나 내일 퇴원해도 괜찮을 만큼 빈이의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퇴원하고 예후 보자고 하심.
5. 입원 5일 차 (일요일) : 퇴원하는 날!
저녁 회진 이후 짐 정리하며 쾌재를 불렀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집에 간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오전 회진을 마치고 빈이를 데리고 7층 외래로 내려가서 엑스레이와 피검사를 하고 퇴원 전 마지막 진료를 봤다.
엑스레이 상 폐에 있던 가래가 많이 제거되었다. 염증수치는 높은편이나 백혈구 수치는 많이 내려왔다. 이틀뒤에 다시 외래로 경과 보러 오라는 결과를 받아 들고 번개 같은 퇴원수속!
아빠가 한번도 병실에 들어와 보진 못했는데 마지막날 짐 빼는 날엔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신다. 4일 내내 나와 빈이가 보낸 병실을 보면서 버틴 게 대단하다며 고생했다는 말에 울컥하며 위로받았다.
✔️1인실 입원비 : 16만원/1일
✔️4박 5일 입원비 : 915,175원 (바이러스검사 15만 원 포함)
✔️현대해상 어린이보험 실비신청 : 870,000
마지막으로
그래도 입원은 하지말자 : 입원 할 정도로 아프지말자! 아무리 빈이가 수월하게 버텨줬대도 답답하고 힘든 건 사실이다. 아이가 아플 때 기밀하게 반응해서 시기적절하게 치료합시다!
병실 간 소음 : 아픈 아이들이 오는만큼 서로간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기에 많이 울 수도 있다. 어른이 아니기에 이를 문제삼으면 서로가 불편하고 예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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